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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우승자 ‘30호’ 이승윤의 ‘사람을 향한 작은 시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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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복음 통해 ‘환대, 경계선, 존재’ 해석하는 곳”

 

환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경계,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존재,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30호 이승윤 씨가 <싱어게인>에서 노래에 앞서 “경계에 서 있는 가수들에 앞서 주단을 깔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jtbc

 

 

 

환대: 이승윤을 사유하다

 

김희준 | 홍성사 | 224쪽 | 12,000원

 

 

 

현재 시즌 2가 막 시작한 jtbc <싱어게인>은 지난 시즌 1에서 스스로를 ‘방구석 음악인’으로 부른 ‘30호 가수’ 이승윤 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윤 씨는 최근 ‘폐허가 된다 해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다운 말’, ‘교재를 펼쳐봐’ 등이 담긴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무명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대중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부여한 ‘리부팅 오디션’ <싱어게인>에서 이승윤 씨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산울림)’, ‘치티치티 뱅뱅(이효리)’, ‘허니(박진영)’, ‘소우주(방탄소년단)’, ‘물(이적)’, ‘연극 속에서(신해철)’ 등의 명곡을 재해석, 뛰어난 보컬리스트였던 정홍일·이무진·이소정(레이디스코드) 등을 제치고 처음 도전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그의 프로듀싱에 뛰어난 음악인 출신으로 구성된 유희열·이선희·김이나·김종진 등 시니어 심사위원과 규현·민호·선미·이해리 등 주니어 심사위원들도 쉽게 규정짓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평을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래와 프로듀싱 실력 못지 않게 재치와 센스, 깊이 있는 사유가 묻어나는 언변과 함께, 섹시하고 파격적인 노래를 부른 뒤 탈락자들을 보고 눈물 흘리는 소년 같은 모습이 겹쳐지면서 많은 팬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당돌함과 예의바름, 파격과 순수를 오가는 그에게, ‘장르가 30호’라는 그의 말은 안성맞춤이었다.

 

김희준 씨의 <환대: 이승윤을 사유하다>는 멀리 토론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한 철학도가, ‘팬심’을 담아 ‘30호 가수’의 노래와 함께 “나는 환대를 받았다”, “존재의 의의를 구체화하겠다”, “나는 경계선에 서 있다” 등의 말을 근거로 풀어낸 철학적 에세이다.

환대와 존재, 경계선이라는 세 키워드를 렌즈 삼아 세상과 자아를 고찰하고 있다.

 

‘30호 가수’의 팬이던 아내를 따라 그에게 ‘입덕’한 저자는 그의 존재를 환대하며 유튜브를 통해 경계선을 넘어 그를 소개했고, 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중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사유가 담겨 있다.

음악과 철학, 때로는 신학이라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쌓은 존재의 서사가 반갑다.

《BTS를 철학하다》 같은 책이다.

 

책이 기독교 출판사에서 나왔고 이승윤 씨가 목회자의 아들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본지는 토론토에서 귀국 준비 중인 저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승윤 씨도 작년 싱어게인 첫 출연 뒤 반응에 얼떨떨해 했는데, 작가님은 출간 후 반응과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떠신가요.

 

“아직까지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을 때 느꼈던 얼떨떨함이 아직도 계속되는 듯 합니다.

출간 소식이 이승윤 씨 팬들에게 알려지고 일주일 정도, 유명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일간·주간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것이 신기하긴 했습니다.

 

대중음악인을 다뤘지만, 철학적 에세이 같은 인문서적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특정 인물과 함께 하는 사유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물론 그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테고요.

 

아무튼 주변에 가까운 지인들은 축하해 주셨지만,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고, 시국도 시국인지라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2022년 1월 1일 귀국하는데, 들어가면 좀 다른 경험과 느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승윤 씨처럼 갑자기 나타난 작가님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학을 가게 되신 계기와, 지금은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에 대해 아시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뜬금없이 나타난 사람이거든요(웃음).

저는 이승윤 씨 팬들 중에서도 소수에게만 알려진 사람이고,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신학자이자 작가일 뿐입니다.

 

저는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 래피즈 칼빈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 과정을 공부한 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위클리프 칼리지에서 신학 연구(Theological Studies)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유학을 떠난 계기는 굉장히 길지만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작정 신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성경사전이나 신학백과를 선물로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신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시작했고, 졸업과 동시에 미국 칼빈신학교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칼빈신학교에서 신학 석사를 공부하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통 네덜란드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합니다.

특히 주로 고신과 총신에서 온 한국 신학생들은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상하리만치 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칼빈신학교에서 당시 철학신학을 가르치시던 존 쿠퍼 교수님의 거의 모든 철학신학 과목들을 들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쉘링부터 슐라이어마허, 타이하드 드 샤댕, 틸리히 등 현대철학과 철학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상가들을 연구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쿠퍼 교수님은 토론토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신 철학자이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토론토 대학교에 있는 위클리프 칼리지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고, 칼 바르트와 스탠리 하우어워스에 대해 논문을 마쳤습니다.

 

특히 기독교 신앙과 실천윤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증인’ 개념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교회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된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 질문이 저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필요한 질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졸업과 이 책 <환대> 막바지 원고 작업을 마친 후, 지금은 저 역시 구직을 위해 손품을 팔고 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아시다시피 기독교 인구와 신학교 지원자 숫자가 급감하는 상황이라, 강의할 곳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네요.

 

감사하게도 <환대>를 출간할 수 있어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귀국을 준비 중이고, <환대> 때문에 미뤄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적 윤리 개론(가제)> 원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책 <환대>를 들고 있는 저자 김희준 씨

 

 

 

 

이승윤의 음악, 인간의 마음 투영된 ‘실존 장르’

존재로서의 아름다움과, 한계 안에 발견되는 善

일부러 독특하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담겨

 

 

 

-책을 읽어보니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으신 것 같습니다.

이승윤 씨처럼 독학한 ‘방구석 음악인’이신지요.

 

“과찬이십니다.

부끄럽네요.

음악 활동이라고 할 만한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조금 더 가요나 팝음악을 좋아해 많이 듣고 즐겼을 뿐입니다.

 

아버님께서 제가 중2 되던 때 통기타 하나를 사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기타를 쳤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가까이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밴드나 음악 활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을 단순히 듣고 부르는 것에 더해 음악, 더 구체적으로 대중이 부르는 노래들에 대해 무언가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숭실대학교 기독학생회(SCA)에 들어갔는데, 동아리 선배들이 CCM과 동시에 민중가요를 많이 불렀습니다.

그 모습이 갓 대학생이 된 제게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신앙과 삶 사이 본격적 고민이 생겨나면서, 긴장과 마찰이 일어났지요.

 

그 때부터 제겐 TV에 나와 노래부르는 가수들만 음악인이 아니라, 삶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며 넘어져도 삶을 살아가는, 거친 장단이나 서투른 악기 연주에 거친 목으로 생을 노래하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음악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문가들도 규정하기 어려워했지만, 여타 가수의 음악들과 다른 이승윤 음악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책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이승윤 씨의 음악을 ‘실존 장르’로 부릅니다.

음악이란 단순히 비트와 멜로디, 가사와 악보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투영되고 실린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이해가 밑바탕이 됩니다.

 

사람들이 예술로부터 경험하는 아름다움에서 도덕적 선을 추리할 수 있는데, 이승윤 씨의 음악은 주로 개인의 실존에 대한 고찰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작품에서 감출 수 없이 표현되는 개인에 대한 존재로서의 아름다움과 특정 한계 안에서 발견되는 선함을 청자들이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뮤지션 개인의 서사가 실리는 것은 인디 씬의 특징입니다.

매우 구체적이고 특정된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구체적인 서술이나 독특한 음악적 형태로 실리면 사실 보편성이 떨어져서, 대중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일반화시키거나 상징적이어도 공감하기 힘들어집니다.

이승윤 씨의 노랫말과 음악들은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는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는 뭐랄까요, 요즘 음악과 달리 일부러 독특하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할까요?

비교적 아날로그 느낌이 가득하고, 확실히 이전 세대 락 뮤지션들이나 대중음악의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가사 대부분에 인간의 삶과 그와 관련된 고민들, 철학적 물음들이 담겨 있어 다른 가수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만의 장르가 구축됐다고 봅니다.”

 

 

 

 

 

 

▲jtbc ‘싱어게인’ 중 이승윤 씨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장면. ⓒjtbc

 

 

이번 정규 앨범, 2년차 징크스 없이 완성도 있어

이전 작품들과 서사적·음악적 단절 없이 균형적

다음 앨범 땐 다른 전문 프로듀서와 작업했으면

 

 

 

-최근 이승윤 씨의 정규 앨범이 발매됐는데,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이전 노래들에 비해 어떤 점이 발전했는지, 소위 ‘뜨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앨범은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스포츠에서도 ‘소포모어(sophomore·2년차) 징크스’라는게 있잖아요.

데뷔 첫 해 혜성처럼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루키들이, 프로 2년차부터 여러 이유로 데뷔 당시의 활약을 펼치기 힘든 것 말입니다.

 

승윤 씨도 미디어를 통해 올 초 데뷔하고 여러 방송에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고 각광을 받았는데, 어찌 보면 지금 앨범 발매가 지난번 싱글 ‘들려주고 싶었던’ 이후 다시 앨범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두 번째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본인의 공식 첫 앨범이지만, 부담이 컸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게 대단했습니다.

프로듀싱도 본인이 했거든요.

각 노래들에 대해선 승윤 씨가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설명했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특징은 예전 만들어 놓은 작품들과 새로 만든 곡들이 서사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단절됨 없이 서로 균형을 맞춘다는 점입니다.

전체적 소리의 풍성함과 균형도 더 완성도 있고, 무엇보다 가사에 본인의 철학을 담으려 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그 안에서 상징과 서술이 적절히 자리를 잡은 점도 좋았고요.

 

‘뜨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분은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상에 비판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저는 이승윤 씨의 팬이고, 그런 점에서 가능한 응원하고 싶고 환대하고 싶은 마음과 자세를 지키려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더 많은 노래들이 실리지 못한 것 정도?

이승윤 씨가 말했듯, 이번 앨범은 무엇보다 팬들을 향한 ‘선물’ 같은 의미니까요.

이 선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겠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다음 앨범 작업 시 가능하다면 다른 전문 프로듀서와 작업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장점들이 발견될 때도 있으니까요.”

 

 

 

 

 

 

▲MC 이승기 씨가 이승윤 씨의 이전 ‘치티치티 뱅뱅’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로 나눌 수 없는 무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jtbc

 

-이승윤 씨의 가사와 음악은 어쩌면 대중친화적이지 않았기에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일텐데, <싱어게인>에서 그의 ‘스타성’이 활짝 꽃필 수 있었던 요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글쎄요.

물론 이승윤 씨 음악이 대중친화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승윤 씨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구조적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이승윤 씨뿐 아니라 수많은 무명가수 또는 예술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승윤 씨의 음악을 들어본 유명 음악인들은 모두 한결같이 ‘왜 이런 노래가, 또는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 놀라워했거든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는 없습니다.

그 유명한 비틀즈도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했지요.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싱어게인>을 통해 이승윤 씨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게 된 계기는, 어찌됐든 기존 시스템 안에 들어왔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전에는 용납이 안 됐거나, 가능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자’고 본인도 말한 것처럼,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더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해 절박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스타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서사적 틀에, 이전에 없었던 ‘무명가수들’을 위한 포맷이 더해진 부분도 크다고 봅니다.

 

이승윤 씨뿐 아니라 준우승한 정홍일 씨도 오랜 시간 동안 음악활동을 해 왔던 ‘찐’ 무명가수들이었으니까요.

참가자들 대부분이 저마다 개성 있고 나름 스타성도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모든 걸 다 쏟아부을 만큼 절박했던 사람이 이승윤 씨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승윤 씨가 심사위원들의 바람대로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열어갈 수 있다면, 그것은 철학적 가사와 기승전결 식 음악구조의 어우러짐 덕분일까요.

 

“네, 동의합니다.

그건 이승윤 씨 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가, 특히 음악가들에게도 열려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짙고 깊은가의 차이일텐데, 이는 단기간에 길러질 수 있는 역량도 아닐 뿐더러 아무 시련 없이 얻게 되는 능력도 아니기에, 모두가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가수 이승윤 씨가 각오를 밝히고 있다. ⓒjtbc

 

-책에서 말씀하신 ‘환대, 경계선, 존재’라는 세 키워드가 각각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기독교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환대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시공간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낯선 이들과 조우하며, 어느 정도의 긴장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긴장 관계 안에서 누군가는 타인의 공간을 장악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내어주며 삽니다.

환대는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심지어 자기 자신을 용납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단어입니다.

 

경계선은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말합니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삶 속에서 어떠한 경계 또는 가장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돈의 많고 적음, 권력의 많고 적음과도 상관없이 말입니다.

문제는 그 경계선의 삶을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지가 관건 아닐까요?

 

존재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가리킵니다.

여기서의 존재는 실존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실존을 가능케 하는 존재 자체, 또는 절대적 생명을 함의합니다.

의심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계적 기능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실존하는 것이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사실 인생의 의미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허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존재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왜 나는 존재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합니다.

모든 철학의 담론들은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고, 이에 답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세 단어는 각각 독립된 단어이지만 제게는 각기 분리될 수 없는 용어들 입니다.

세 용어들이 한데 모이는 다른 하나의 단어가 ‘공동체’입니다.

기독교인에게 이 ‘공동체’는 ‘교회’로 치환됩니다.

교회는 단순히 예배 공동체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예배라는 단어도 풀어 설명하자면 ‘단순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세상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통해 ‘환대, 존재, 그리고 경계선’에 대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신앙과 그 신앙의 근본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환대, 경계선, 그리고 존재’를 해석합니다.

 

이 세 가지 단어는 하나의 삶으로 교회 안에서 먼저 풀어지고 실천돼야 합니다.

각자의 실존을 가능케 하는 예수의 생명으로 인해 서로를 환대하며, 세상이 그어놓은 경계를 지우고 끌어안는 삶을 살아야 하겠지요.”

 

 

 

 

 

 

고난, 신정론·운명론처럼 회피할 핑계 찾기보다

내가 겪는 비극 얼마나 아름다운 기회인지 알길

책임있고 고귀하게,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습니다.

이승윤 씨의 음악과 가사를 계기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인지요.

 

“개인에 대한 사유입니다.

더 자세히는 절대 같을 수 없는 저마다의 소중함에 대한 존중입니다.

여기엔 당연히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포함됩니다.

 

개인에 대한 소중함과 그에 대한 존중은 얼핏 들으면 ‘개인주의’에 대한 찬양을 말하는 것 같지만, 조금 다릅니다.

물론 개인의 삶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개인의 삶이 안고 있는 ‘생명에 대한 책임’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신정론이나 운명론처럼 무언가 책임을 회피할 핑계나 이유를 찾으려 애씁니다.

그러나 그 고통 자체, 실존하는 나에게 찾아오는, 내가 겪게 되는 비극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회인지, 내가 어느 이야기에 속한 지를 세상에 증언할 수 있는 기회인지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이 책 <환대>에서는 ‘하나님이나 복음, 또는 믿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을 살아간다는 인간의 공통점 속에서 ‘나’는 과연 어느 이야기 속에 자리를 잡고, 책임있고 고귀하게 진정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

 

 

 

 

 

 

▲이승윤 씨.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이승윤스러운 팬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보기에 따라선 ‘이승윤스러운 팬픽’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승윤 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전달받은 것 없이, 그의 인터뷰와 작품을 보고 들은 것만으로 집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뿐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고, 그 관점이 구체화될수록 그 세계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개념들이 언제든 한 대상이나 질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풀어져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사유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신학자로서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이승윤 씨가 책을 읽어보셨거나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아시나요.

이승윤 씨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지요.

 

“이승윤 씨가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바쁘셔서 읽지는 못하셨을거 같아요.

이승윤 씨 열성팬인 아내가 너무 궁금해합니다(웃음).

아마 책의 존재는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존재를 알고 기분이 어땠을지도 궁금합니다.

 

악뮤 이찬혁 씨 같은 경우 누군가 자신에 대한 ‘위인전’을 써주길 원했다지만, 또 어떤 예술가들은 그 반대이기도 하니까요.

이승윤 씨 팬들 중에도 제 책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따로 연락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이승윤 씨를 만나면, 어떤 철학 또는 신학 서적을 읽으셨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런 류의 서적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나 소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을 묻고 싶습니다.”

 

 

 

 

-작가님처럼 이승윤 씨의 노래를 듣고 사유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서적들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단 제 책 <환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웃음).

<환대>는 아담한 크기의 책이지만, 제가 평소 읽었던 책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집필한 만큼 제 책으로 시작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시를 곱씹어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박두진, 신경림, 피천득, 이해인, 아이리스 머독, 로버트 프로스트 등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좋아합니다.

 

철학 서적으로는 쉘링의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와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를 꼽겠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신학적 방향과는 다르고 철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은 읽는데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근대적 인간인 개인에 대한 철학적·신학적 사유를 위해서는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경계선에 대한 개념으로는 故 이정용 박사님의 <마지널리티>를 추천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적 경계에 놓여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이승윤 씨가 이적의 ‘물’을 부르고 있다. ⓒjtbc

 

 

 

대중에게 다가가려 타협·조정하지 않아도 돼

탁월한 작사 능력, 음악적 색깔 확실하기 때문

세상과 다른 속도로, 문제 일으키는 사람 되길

 

 

-앨범을 발매한 이승윤 씨에게,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음악인 또는 다른 젊은이 혹은 나이와 관계없이 그런 꿈을 가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승윤 씨에겐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균형점을 찾는게 고민일 겁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만 봐도 그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인기를 얻고 지지하는 팬들이 생긴 상황이지만, 소속사에 속한 아티스트로서 활동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음악을 계속 해도 될지, 대중에게 다시 잊혀지면 어떨지 하는 고민은 당연히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많은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유희열 씨가 말한 것처럼, 이승윤 씨의 음악은 대중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무언가를 타협하거나 조정하지 않아도 될 충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 작사가인 김이나 씨도 인정할만큼 탁월한 작사 능력이 있고,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도 확실하니,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에 몰두했으면 합니다.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음악인 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분들에게는, 사실 여기엔 저 자신도 포함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분들에게는 감히 ‘자신의 삶을 던지라’고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믿는 공동체와 다른 이야기를 믿고 있는 분들께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제 책을 읽으시고 여러분들의 마음에 와 닿는 점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 중 누군가의 삶에 진실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 길을 택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그 한 나라에 대한 소망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형제 자매들에겐, ‘공동체’에 속한 가족으로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부귀영화는 아닐지라도 말이지요.

 

우리는 매일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아야 할 사명을 마주하고,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세상은 속도와 효율, 성과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처리를 말합니다.

우리는 세상과 다른 속도, 그리고 인내를 말하며 문제를 처리하고 종료하기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환대하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활동 계획이나 집필 계획도 궁금합니다.

 

“한국시간으로 새해 첫 날인 1월 1일, 가족들과 한국으로 아주 귀국하게 됩니다.

당장 강의나 교회 사역이 정해진 것은 없기에, 아마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글이라는게 당장 가계 경제에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기에, 계속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번처럼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좋은 의도에서 낸 책도 많은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일단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적 윤리에 대한 개론서’를 잘 출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 하우어워스 책들이 적잖게 번역된 것에 비교해 전공자는 없다 보니, 연구와 집필에 집중할 계획이 있습니다.

철학적 또는 신학적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환대>보다는 좀 더 쉽고 평이하게 쓸 생각입니다.

특정인이 아닌 여러 주제를 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 크리스찬투데이, 2021.12.26 , 문화 싱어게인 우승자 ‘30호’ 이승윤의 ‘사람을 향한 작은 시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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